영혼은 양끝이 이어진 무한히 긴 실과 같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 위에 내던저져서 앞뒤로 엉키고, 위아래로 꼬이고, 여기저기 헝클어져있다. 그 한 마디 마디가 정신이고, 거기에 육신이 덧붙여져서 삶이 이루어진다. 나의 전생은 14세기 어디에선가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이며, 또 다른 나의 전생은 먼 미래에 우주 여행을 즐기는 꼬마 아이일 수도 있다. 나의 후생은 야수에게 쫒겨 동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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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September 10, 2020
어느 소설의 도입부
서쪽 대륙을 정복한 소년은 왕이 되었다. 왕이 용맹하고 날랜 군사들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 동쪽의 제국을 쳐들어 갔을 때는 이미 대왕으로 불리게 되었고, 사자같은 위대한 대왕은 푸른 바다, 회색 사막, 붉은 고원을 점령해나갔다. 제국의 백성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척박하고 외진 먼 곳에서 쫒겨나거나,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성을 서약하여야만 했다. 본국보다 더 큰 대륙을 정복하고, 야망보다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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