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설의 도입부

서쪽 대륙을 정복한 소년은 왕이 되었다.

왕이 용맹하고 날랜 군사들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 동쪽의 제국을 쳐들어 갔을 때는 이미 대왕으로 불리게 되었고, 사자같은 위대한 대왕은 푸른 바다, 회색 사막, 붉은 고원을 점령해나갔다. 제국의 백성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척박하고 외진 먼 곳에서 쫒겨나거나,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성을 서약하여야만 했다.

본국보다 더 큰 대륙을 정복하고, 야망보다 더 큰 제국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치루는 동안, 대왕은 병들고 지쳐갔고, 장군과 군사들은 죽고 쓰러져갔다.

마침내 제국의 끝까지 점령한 대왕은 제국이 끝나는 강에 이르렀지만, 그 강 건너에는 대왕이 정복한 땅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보다 더 큰, 또 다른 제국이 놓여있었다.

병든 왕은 군사를 이끌고 강을 따라 내려온 후에 슬피 울며 외쳤다.
“아, 신이시여! 여기가 세상의 끝입니까? 나에게 더 이상 정복할 땅은 없단 말입니까?”
그러고는 강건너에 도열해 있는 다른 제국 병사들의 투지어린 시선을 등뒤로 하고는 10년 전에 떠나온 본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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